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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아이가 자동차 바퀴만 한참 돌려보고 있을 때 처음으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잘 반응하지 않고, 말도 또래보다 느리다 보니 검색창에 손이 먼저 갔고, 검색할수록 불안은 커졌습니다. 혹시 비슷한 걱정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호명반응, 한두 번 안 돌아본다고 바로 걱정해야 할까요?
아이 이름을 불렀는데 반응이 없을 때, 부모 마음은 순식간에 복잡해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제가 아이 이름을 몇 번이나 불러봤는데도 장난감에서 눈을 떼지 않는 걸 보고, 그날 바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호명반응이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맞추는 반응을 말합니다. 단순히 이름을 아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사람의 목소리에 관심을 두고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보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또래 아이들도 좋아하는 장난감에 집중하거나, TV 영상에 빠져 있거나, 피곤한 상태에서는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느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이 실제로 평가할 때는 호명반응 하나만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란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어려움, 그리고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입니다. 진단은 다양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관찰한 종합적인 발달 양상을 토대로 이루어집니다.
의학적으로는 일반적으로 생후 18~24개월 이후에 사회적 의사소통 발달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진단이 이루어집니다(출처: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너무 어린 영아는 아직 사회성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생후 100일 아기의 눈맞춤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인터넷 정보들은 불안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쓰인 글이 많아서 단편적인 행동 하나가 마치 확정적인 신호처럼 보이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동행동과 반향어, 어디까지가 정상 발달일까요?
아이가 자동차 바퀴만 오랫동안 돌려보거나,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거나,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할 때 부모는 당연히 긴장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발달센터 상담을 받기 전까지는 아이가 장난감을 굴리는 대신 바퀴만 들여다보는 모습이 눈에 밟혔습니다.
상동행동이란 특정 동작이나 소리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손을 흔들거나, 점프를 반복하거나, 장난감을 일렬로 세우는 행동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영유아는 흥분하거나 기분이 좋을 때도 반복 행동을 자주 보입니다. 상동행동 자체가 곧바로 자폐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반향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반향어란 다른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물 마실래?"라고 물으면 "물 마실래?"라고 똑같이 되돌려 말하거나, 광고 문구나 유튜브 대사를 반복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2~3세 무렵에는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반향어가 나타나는 경우도 흔합니다.
전문가 평가에서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반복 행동이 사람과의 상호작용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 자신만의 언어가 점점 늘어나는지, 아니면 반향어만 지속되는지
- 공동주의(joint attention)가 나타나는지 — 공동주의란 부모가 가리키는 곳을 함께 바라보거나, 재미있는 것을 부모에게 보여주려 하는 행동으로, 사회적 의사소통 발달의 핵심 지표입니다
- 놀이 방식이 다양하게 발달하고 있는지
-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제가 직접 발달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니, 전문가는 이 모든 요소를 함께 보면서 전체적인 발달 그림을 그려나갔습니다. 바퀴를 돌리는 행동 하나를 떼어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얼마나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감정을 공유하는지가 훨씬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걱정이 생겼다면, 인터넷보다 전문가가 먼저입니다
저는 어린이집에서 언어 발달이 조금 느린 것 같으니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고 나서야 발달센터에 갔습니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설마 우리 아이가"라는 생각으로 검색만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검색을 할수록 불안한 정보만 눈에 들어왔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점점 더 예민해졌습니다.
영유아 건강검진에서는 발달 평가를 정기적으로 진행합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영유아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성, 언어, 운동 발달 등을 시기별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달 지연이 의심될 경우 정밀 평가로 연계됩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저는 이 검진을 제때 활용하지 못하고 혼자 인터넷 정보에만 의존했던 것이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음과 같은 모습이 여러 영역에서 함께 나타난다면 소아청소년과 또는 소아정신과 상담을 먼저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호명반응이 다양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
- 눈맞춤이 매우 적고 표정 반응도 적은 경우
- 공동주의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
- 사람보다 특정 물건에만 지속적으로 집중하는 경우
- 언어와 놀이 발달이 함께 늦는 경우
제 경험상 한 가지 행동만 있을 때는 발달 기질 차이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저희 아이는 검사 결과 발달이 조금 느린 기질일 뿐 큰 이상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지금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그때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불안 대신 꾸준한 관찰과 전문가의 도움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 발달에서 한 가지 행동만 보고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전체적인 사회성과 의사소통, 놀이 발달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걱정이 생긴다면 인터넷 검색보다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소아청소년과 상담이 훨씬 빠르고 정확한 답을 줄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불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이의 변화를 꾸준히 지켜보며 필요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발달에 걱정이 있다면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또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