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어린이집 선생님께 "발달검사를 한번 받아보시는 게 어떨까요?"라는 말을 들은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고, 집에 오자마자 검색창을 열었습니다. 저도 그 걱정을 똑같이 했고, 그 과정을 지나온 부모로서 지금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발달검사를 받기까지, 그 사이의 시간
사실 저는 어린이집에서 그 말을 듣기 전부터 마음 한편에 걱정이 쌓이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뒤집기도, 걷기도 또래보다 항상 조금씩 늦은 편이었거든요. 그때마다 '이 아이는 그냥 천천히 크는 아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려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또래보다 눈에 띄게 적어지자 그 다독임이 더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으레 "남자아이는 원래 말이 늦어"라거나 "기다리면 다 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닙니다. 실제로 언어 발달이 늦었던 아이들 중 일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잡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더라고요. 어떤 아이가 자연스럽게 좋아질지, 어떤 아이가 조금 더 빠른 개입이 필요한지는 기다리는 동안에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언어 발달을 크게 수용언어와 표현언어로 나눠서 살펴봅니다. 수용언어란 아이가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표현언어는 반대로 아이가 직접 말로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실제로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18~19개월에는 수용언어를 먼저 확인하고, 24개월에는 표현언어를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영유아 건강검진 사업).
저는 결국 괜히 시간을 끌었다가 중요한 시기를 놓칠까 봐 바로 발달검사를 예약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생각보다 안심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큰 발달 문제는 없고, 또래보다 발달 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안도했는지 지금도 기억납니다. 검사 결과가 "조금 더 지켜봐도 됩니다"라는 말이었을 뿐인데, 그게 부모에게는 그렇게 큰 안심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에 제가 가장 도움을 받은 것은 인터넷 검색이 아니었습니다. 검색을 반복할수록 불안만 커졌습니다. 오히려 전문가에게 직접 아이의 상태를 확인받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그 시간이 진짜 전환점이었습니다.
말이 늦는다는 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가 그 경험을 하기 전에는 "말이 늦다"는 게 그냥 단어 수가 적다는 뜻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알아보니 언어 발달은 훨씬 복잡한 흐름 위에 있었습니다.
언어 발달 전문가들이 말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이란 눈 맞춤, 손가락으로 원하는 것을 가리키기,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말을 못 해도 소통이 되고 있는지를 보는 겁니다. 이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 말이 조금 늦더라도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단어 수뿐 아니라 눈 맞춤도 적고 몸짓 표현도 거의 없다면, 보다 적극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또한 36개월 이후까지 언어 발달이 또래보다 현저히 늦는 경우를 언어발달지연이라고 부릅니다. 언어발달지연이란 같은 나이 아이들에 비해 언어 습득 속도가 뚜렷하게 느린 상태를 의미하며, 이 시기에는 언어 영역뿐 아니라 인지 발달, 사회성, 자조능력까지 함께 살펴보는 종합적인 평가가 권장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2~3세에 언어 발달이 늦었던 아이들 가운데 일부는 자연스럽게 또래를 따라잡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부분이었는데,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아이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상담 전에는 단어 수만 세고 있었습니다. 상담 후에는 아이가 저와 눈을 맞추는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는지, 제가 말을 걸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게 됐습니다.
전문가 상담을 고려할 때 확인해볼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이 거의 없다
- 눈 맞춤이 또래에 비해 현저히 적다
- 간단한 지시("이리 와", "앉아")를 이해하지 못한다
- 손가락질이나 몸짓으로도 의사 표현이 거의 없다
- 24개월이 지났는데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매우 적다
이 항목이 해당된다고 해서 곧바로 발달장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혼자 인터넷 검색으로 결론 내리는 것보다 소아청소년과나 발달 전문기관에서 직접 확인받는 것이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 뒤로 저는 아이에게 말을 많이 걸고, 책을 함께 읽고,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기다려 주는 것을 의식적으로 실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단어가 하나둘 늘기 시작하더니, 몇 달 지나지 않아 정말 거짓말처럼 말문이 터졌습니다. 지금은 "조금만 조용히 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하는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그때의 걱정이 지금은 웃으며 꺼낼 수 있는 추억이 된 것이 여전히 신기합니다.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부모님이 계신다면 너무 혼자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의 불안은 전혀 이상한 감정이 아닙니다. 다만 그 불안을 검색창에 쏟아붓는 것보다, 아이의 현재 발달 흐름을 전문가와 함께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른 안심의 길입니다. 걱정이 된다면 미루지 말고 상담을 받아보세요.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육아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발달에 걱정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또는 발달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