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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에서 꺼낸 니트가 아이 옷 크기로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그 니트를 미련 없이 버렸는데, 나중에 린스 한 숟가락으로 어느 정도 복원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버리기 전에 딱 한 번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했습니다.
왜 니트는 한 번 줄어들면 그렇게 돌아오질 않을까요
제가 건조기에 넣어버린 그 니트는 울(wool) 소재였습니다. 울이나 캐시미어 같은 천연 단백질 섬유는 표면에 스케일(scale)이라는 비늘 구조가 있는데, 여기서 스케일이란 섬유 한 올 한 올의 겉면을 덮고 있는 미세한 비늘 모양의 층을 의미합니다. 이 스케일이 평소에는 차분하게 누워 있다가 뜨거운 물이나 강한 마찰, 급격한 온도 변화를 만나면 서로 맞물리며 뭉쳐버립니다.
이렇게 섬유끼리 엉켜 굳어버리는 현상을 펠트화(felting)라고 합니다. 펠트화란 섬유의 스케일이 서로 걸려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로 수축된 것을 의미합니다. 한 번 펠트화가 진행되면 원래 길이로 완전히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상태에 따라 어느 정도 형태를 개선하는 수준이 현실적인 기대치입니다.
제가 건조기에서 꺼낸 그 니트가 바로 이 상태였을 겁니다. 그 당시엔 그런 개념 자체를 몰랐으니까요. 수축이 잘 일어나는 상황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 뜨거운 물(40℃ 이상)로 세탁했을 때
- 일반 세탁 코스로 강하게 돌렸을 때 (강한 기계적 마찰 발생)
- 건조기에 넣었을 때 (고온 + 마찰의 이중 타격)
- 탈수를 너무 오래 하거나 힘으로 비틀어 짰을 때
제 경우엔 건조기였습니다. 봄맞이 대청소라고 세탁물을 한꺼번에 넣다 보니 그 니트가 딸려 들어간 줄도 몰랐거든요. 급하게 빨리 말리려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울 소재의 수축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출처: The Woolmark Company에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울 섬유는 습기와 열과 마찰이 동시에 가해질 때 수축이 가장 심하게 일어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겪은 상황이 딱 그 조건이었던 셈입니다.
린스 한 숟가락으로 정말 복원이 되는 건지, 직접 해봤습니다
제가 그 니트를 버린 뒤에 알게 된 방법이라 직접 시도해 본 것은 나중에 소매 부분이 살짝 줄어든 다른 니트를 대상으로였습니다.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헤어 린스나 트리트먼트에 들어 있는 양이온 계면활성제가 굳어진 울 섬유 표면의 스케일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줍니다. 여기서 양이온 계면활성제란 섬유 표면에 흡착해 마찰을 줄이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성분으로, 린스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하는 원리와 동일합니다. 굳어진 섬유를 살짝 이완시켜 주는 것이지, 섬유 자체를 재생시키는 건 아닙니다.
제가 직접 해봤을 때 사용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지근한 물(약 30℃)에 린스 두 큰술을 충분히 녹인 뒤 니트를 20~30분 담가두었습니다. 그다음이 핵심인데, 절대 힘으로 잡아당기면 안 됩니다. 섬유 결을 따라 양손으로 살살, 조금씩 여러 방향으로 펴주는 느낌으로 늘려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에서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형태가 더 어그러집니다.
소재에 따라 방법을 조금씩 다르게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특히 캐시미어 니트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The Guardian에서도 캐시미어는 베이비 샴푸처럼 순한 제품을 쓰고, 절대 비틀어 짜지 말고 수건으로 꾹꾹 눌러 물기를 제거한 뒤 평평하게 눕혀 자연건조하는 방법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복원 시도 시 절대 하면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 뜨거운 물 사용 — 수축이 더 진행됩니다
- 한 번에 세게 잡아당기기 — 섬유가 끊어질 수 있습니다
- 건조기 재사용 — 복원을 원점으로 되돌립니다
- 비틀어 짜기 — 특히 캐시미어에서는 치명적입니다
스팀다리미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니트에서 1~2cm 정도 띄운 상태에서 스팀을 충분히 쐬어 섬유가 말랑해지면 그때 손으로 살살 모양을 잡아줍니다. 직접 옷감에 대고 누르면 오히려 모양이 망가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방법은 물에 담그기가 부담스러울 때 부분 복원에 꽤 유용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버렸던 그 니트처럼 건조기에서 심하게 줄어든 경우라면 완전한 복원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형태가 개선되는 정도를 기대하는 것이 맞고, 그게 바로 '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해보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건조기에서 줄어든 니트도 복원이 가능한가요?
A. 건조기 수축은 열과 마찰이 동시에 가해진 경우라 펠트화가 심하게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린스 복원법을 시도해볼 수는 있지만, 제 경험상 이 경우엔 완전 복원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는 편이 좋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버리기 전에 한 번쯤은 시도해볼 가치는 있습니다.
Q. 린스랑 트리트먼트 중 어떤 걸 써야 하나요?
A. 둘 다 양이온 계면활성제 성분이 들어 있어 섬유를 부드럽게 만드는 원리는 같습니다. 집에 있는 걸 쓰면 됩니다. 다만 소재가 예민한 캐시미어라면 먼저 안쪽 솔기 부분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소량 테스트해보는 게 안전합니다.
Q. 스팀다리미로 니트에 직접 대고 다려도 되나요?
A. 직접 대고 오래 누르면 섬유가 눌리거나 광택이 생겨 오히려 망가질 수 있습니다. 니트에서 1~2cm 띄운 상태로 스팀을 쐬어 섬유가 부드러워지면 그때 손으로 살살 모양을 잡아주는 방식이 맞습니다. 조금씩 여러 번 반복하는 게 한 번에 세게 당기는 것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Q. 앞으로 니트가 줄어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세탁해야 하나요?
A. 찬물 또는 30℃ 이하 미지근한 물, 세탁기 울 코스 또는 손세탁, 울 전용 세제 사용, 비틀어 짜지 않기, 건조기 금지, 그늘에서 평평하게 눕혀 자연건조 — 이 여섯 가지만 지켜도 니트 수명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제가 그 니트를 버린 뒤부터 이 습관을 들였고, 이후로는 아끼는 니트를 망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결론
그 겨울 니트를 버리고 나서야 린스 복원법을 알게 된 게 아직도 아쉽습니다. 물론 건조기에서 심하게 줄어든 거라 복원이 쉽지는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쯤 시도는 해볼 수 있었는데 하는 미련이 남더라고요.
정리하면, 줄어든 니트는 버리기 전에 반드시 린스 복원법이나 스팀다리미 방법을 한 번 써보시길 권합니다. 완전히 새 옷처럼 돌아오기는 어렵더라도, 다시 입을 수 있을 만큼 개선되는 경우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예방입니다. 세탁 라벨을 먼저 확인하고, 울 코스와 자연건조라는 두 가지 원칙만 지켜도 아끼는 니트를 훨씬 오래 입을 수 있습니다.
참고: The Woolmark Company — Washing Wool, The Guardian — How to wash cashm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