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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실리콘 조리도구가 사실상 영구적인 주방용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코팅도 안 긁히고, 열탕 소독도 되고, 가볍기까지 하니까요. 그런데 주방 정리를 하다가 자세히 들여다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교체해야 할 시기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요. 혹시 지금 쓰고 계신 실리콘 조리도구, 언제 사셨는지 기억하시나요?
몇 년째 쓰고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저는 아이 이유식을 준비하면서 주방 도구를 전면 교체했습니다. 프라이팬 코팅에 흠집을 내지 않고, 고온에서도 변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뒤집개부터 국자, 주걱까지 전부 실리콘 소재로 바꿨습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로 한 번도 "이거 교체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찢어지지 않으면 계속 써도 된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얼마 전 주방 서랍을 정리하다가 뒤집개 끝부분을 자세히 봤더니 상태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끝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고, 표면에는 하얀 얼룩이 생겨 있었습니다. 손으로 만져보니 매끈한 느낌 대신 끈적한 질감이 느껴졌고, 아무리 씻어도 예전처럼 깔끔해지는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이게 소모품이구나'라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실리콘 소재 자체의 내열 온도는 일반적으로 200~230°C 수준으로, 일상적인 조리 환경에서는 충분히 안정적인 소재입니다. 다만 반복적인 마모와 고온 노출이 누적되면 표면 상태가 달라질 수 있고, 그 시점이 바로 교체를 고려해야 하는 때입니다.
교체 시기를 알려주는 신호들
그렇다면 어떤 상태가 됐을 때 바꿔야 할까요? 저도 이번에 처음으로 기준을 잡아봤는데, 생각보다 확인할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교체를 고려해야 하는 상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끝부분이나 가장자리가 벗겨지거나 갈라진 경우
- 표면에 하얀 얼룩이 생기고 세척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경우
- 손으로 만졌을 때 끈적한 질감이 느껴지는 경우
- 탄 자국이 남거나 냄새가 배어 잘 빠지지 않는 경우
- 손잡이와 실리콘 부분 사이가 벌어지거나 흔들리는 경우
저는 특히 끝부분이 벗겨진 게 가장 눈에 들어왔습니다. 음식을 볶거나 뒤집을 때 혹시 실리콘 조각이 음식에 섞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식품용 실리콘 자체가 갑자기 유해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식품 접촉 소재(food contact material)라는 특성상, 즉 음식에 직접 닿는 소재인 만큼 표면 손상이 진행된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건 위생적으로 좋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1~2년에 한 번 정도는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간 자체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상태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실리콘 조리도구는 용출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사용해야 하며, 손상된 제품은 교체를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버리려다 방법을 몰랐습니다
오래 사용하던 국자 하나가 나무 손잡이와 실리콘이 연결된 제품이었는데, 어느 날 보니 연결 부위가 조금씩 벌어지더니 결국 실리콘 부분이 떨어져 버렸어요. 어쩔 수 없이 새 제품으로 바꾸기로 하고 버리려고 모아두는데, 문득 '이거 실리콘인데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색해보니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가정에서 사용한 실리콘 조리도구는 일반적으로 재활용 대상이 아닙니다. 합성 고분자 소재인 실리콘 수지(silicone resin), 즉 규소(Si)와 산소(O)를 주성분으로 하는 폴리실록산 구조의 물질은 일반 플라스틱과 화학적 조성이 다르기 때문에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넣어선 안 됩니다. 올바른 배출 방법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손잡이가 나무나 스테인리스로 된 복합 소재 제품은 한 가지 더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나무 손잡이 국자가 딱 이 경우였는데, 실리콘 부분과 손잡이를 분리할 수 있다면 각각 해당하는 방법으로 배출해야 합니다. 금속 손잡이는 고철류로, 나무 손잡이는 일반 쓰레기로 분리해서 버려야 맞습니다. 환경부의 생활 폐기물 분리배출 지침에 따르면 복합 소재 제품은 분리 가능한 경우 소재별로 나눠 배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출처: 환경부).
폭풍 검색한 덕분에 잘못 버리는 실수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편하다고 신경을 꺼버리면 안 됩니다
실리콘 조리도구는 정말 편합니다. 저도 지금도 가장 자주 꺼내는 주방용품이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리하면서 느낀 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상태 확인을 게을리했다는 점입니다.
냄비나 프라이팬은 코팅이 벗겨지면 바로 눈에 보여서 교체하게 되는데, 실리콘 도구는 눈에 덜 띄는 곳에서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놓치기 쉽습니다. 저도 몇 년째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던 제품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주기적으로 꺼내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아이 이유식이나 가족 식사를 만들 때 직접 음식에 닿는 도구라면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체 비용이 크지 않은 만큼, 조금 이른 것 같아도 상태가 의심스럽다면 과감히 바꾸는 것이 마음 편한 선택이더라고요.
주방 서랍 한 번 열어보세요. 끝이 벗겨지진 않았는지, 손잡이가 흔들리진 않는지, 표면이 끈적하진 않은지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바꿔야 할 제품이 꽤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주방용품도 냄비나 프라이팬처럼 정기적으로 상태를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습니다. 버릴 때 배출 방법까지 한 번 더 확인하는 것도 함께요.